0. 뭐 간만에 인상깊게 본 책에 대해서 좀 끼적여 보렵니다.
『불교 파시즘』이라는 책인데, 이 책을 읽고나니 드는 감상은 종교가 권력과 야합하면 무슨 꼬라지가 나는가 하는 겁니다. 이게 이렇게 적으면 느낌이 잘 안오지만, 읽다보면 소름이 끼치더군요.
1. 흔히 태평양 전쟁기 일본의 군국주의라고 하면 쉽게 연상되는 종교가 바로 국가신도죠. 지금도 해마다 반복되는 세계구 어그로 스팟인 야스쿠니 신사만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실 국가신도는 종교라고 보기엔 상당히 이상한 구석이 많죠. 뭐, 이건 네링님이 예전에 포스팅을 하신걸로 기억하니 넘어가고.. 아무튼 중근세 일본문화와 사회에 영향을 준 실질적인 종교는 바로 불교입니다.

**여자는 빡빡머리 승려들로 자체필터링을 해주세요**
이런 일본 불교가 2차대전 기간동안 아무 것도 안 했을거라고 여긴다면 오산이죠. 일본불교의 거성들은 대단한 활약을 보입니다.
주로 우익활동, 특히 암살과 선동으로 말이죠. 아, 군대의 정신교육에도 관여했으니까 삼종신기네요.

2. 생사일여生死一如, 생사불이生死不異.
삶과 죽음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니 생사에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말입니다. 그 또한 괴로움이거든요. 대충이나마 이렇게 보는게 보통 상식선에서 불교의 생사관을 보는겁니다.
근데 이 생사일여, 당시 일본군과 불교는 어떻게 써먹었을까요?
1941년 1월에 공표된 야전 규정집인 <전진훈戰陣訓>에 담긴 내용은, 생사일여의 기막힌 활용법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 삶과 죽음을 관동하는 것은 숭고한 헌신봉공의 정신이다. 생사를 초월한 채 일심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몸과 마음의 힘을 다 소진하고 나서 영구한 대의를 위해 사는 것을 조용히 기쁘게 생각해야 한다."
" 장교와 사병들의 생사관이 군대 규율의 뿌리 중 하나다. 이 규율의 참된 가치는 우선 빗발치는 탄환 속에서 증명된다. 생사를 초월한 채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의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다. ........ 즉, 중히 여겨햐 하는 것은 삶이 아니라 의무다. 비록 몸은 죽더라도 생사일여를 통해 국가의 영원한 삶 속에서 계속 살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을 이상으로 삼아 추구해야 한다."(*)
뭐, 길게 말할 것 없이 한마디로 이거죠.
목숨은 내다 버리는 것!
뭐, 일본군의 막장행태는 유명한데 그 막장에는 그에 걸맞는 퀄리티 이유가 존재했다는 겁니다. 이딴 개소리를 정훈교육이라고 받는 애들이 뭘 하겠습니까?
더 막장인게 이 논리는 정말 공평하게도 타자에게도 적용이 됐습니다.이런건 칼이네 이미 자기 목숨이 깃털보다 가벼운데, 남의 목숨이야 깃털만큼이라도 무게가 나갈리가 없죠. 비단 <전진훈>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식의 왜곡된 불교의 생사관을 주입하기 시작한 시기는 러일전쟁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3. 죽음을 애도하는 논리도 아주 걸작입니다. 병사들이 죽은 건
작전지휘가 거지 같았다던지,

무기가 거지 같았다던지,

애초에 전쟁 지도부가 거지같았다던지,


전쟁의 이유가 거지같았다던지는

저어어언혀 상관없습니다. 왜냐고요?
그들이 그렇게 사람같이도 못하게 죽은건 업業때문이거든요!
전생에 지은 업때문에 저렇게 뒈진거라고요!
어차피 뒈진거 슬퍼할 필요가 없다.
대의를 위해, 현인신을 위해 싸우다 뒈졌으니 선업을 닦은거나 마찬가지라고요!

3. 쓰다보니 급 귀찮아져서 대충 마무리를 짓죠. 제가 좀 조루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사실 이 책 읽다보면 이런 막장같은 시츄에이션이 잔뜩 나옵니다.
불당에 불상 대신 아마테라스 오오카미 그림을 모셔두고 장교들 데리고 모여서 선수행(풉)을 하질않나,
견성했다는 선사께서는 당대 일본정계에 횡행하던 정치암살의 브레인을 맡질않나,
심지어는 히로히토의 항복방송을 못하게 막으려고 시도하질 않나.
패전 직전에 천황을 출가시키려는 계획도 있다는걸 우리는 알게됩니다. 물론 전쟁책임 회피를 위한 술책이지만요.
하여간 이 책은 우리에게 빅재미를 선사해줍니다. 그 병신같음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종교를 개떡같이 알아쳐먹으면 어떤 꼬라지가 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이건 소름끼치는 부분이죠.
영양가 없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일독을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 인용한 부분의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브라이언 다이젠 빅토리아, 박광순 역, 『불교 파시즘』, (교양인,2013), p.216











덧글
일본 불교가 다 해치워버려서 그랬군요. 잘 알았습니다...ㅠㅠ
땡중새끼들이 하라는 염불질은 안하고, 쨉스킹이랑 만자를 45' 돌리고 자빠졌으니, 불세존께서 친히 장작불 떼주실거임ㅇㅇ
임혜봉의 '친일불교론'이나 '친일 승려 108인'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거라 봅니다.
고르곤// 정토진종이면 밀교계열이었나요?
밀교계통이라면 수험도가....
고르곤 // 아 맞다 햇갈렸군요. 천태종과 정토종을 햇갈리다니. 천태종은 일본불교 초기에 대세가 되었던 종교였죠. 대중화가 잘 되었던 정토종이 지금 한국의 조계종같은 위치에 서 있다고 하고. 다만 정토종이 과격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법사상 탓인가...
당시 '나무묘법연화경, 나무아미타불 한번이라도 외면 육신이 극락정토에서 환생한다!'라 대중의 인기도 높았던 데다가 더 막나가서는 자신이나 혼간지의 적은 곧 불적(부처님의 적. 주로 지방영주가 그 희생양)으로 낙인찍어서 불적, 외도다 죽여 없애라! 했으니 과격하기는 알카에다 불교버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니;;
말씀하신 정토종은 정토진종, 즉 일향종과 완전히 딴판인 종파라 봐도 무방합니다.